이제 호주에 산지 3년차가 되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호주의 아름다운 자연에 반해버렸고,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은 자연과 멋진 조화를 이루는 도시 모습에 반했었다. 어딜보든, 내가 그동안 여행했던 나라들에서 볼수없는 자연의 빛나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지금도 가끔은 감탄하곤 한다.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다양한 새들, 길거리의 화려한 꽃들. 그리고 간판이 즐비한 한국과 대비되는 깔끔한 외관의 건물들.
물론, 시드니는 좀 다른것 같지만, 일단 골드코스트와 브리즈번을 보면 그렇다.
바다의 모습은 정말 놀랄정도로 파란 물빛을 보여주고, 골드코스트의 해변가는 모래알이 너무나 얇고 부드러워서 맨발로 한시간씩 걸어다니곤 했다.
이런 아름다운 나라의 모습을 뒤로하고, 한국 사람들에게 '호주'를 떠올리면, '인종차별'이 같이 떠오르는것 같다.
나도 호주에 오기 전까진 그랬다. 사실, 그 전까지 서양나라에서는 한번도 살아본적이 없기 때문에 정확히 인종차별이 어떤 느낌일지 막연하게 겁났던것 같다. 내가 외국인 학교를 다녔던건 싱가폴에서 미국애들이 많은 국제학교 였는데, 아무래도 싱가폴 나라자체가 아시아국가이다 보니까 인종차별을 당한적은 없었던것 같았다. 다만, 영어차별이 있었지.ㅎㅎㅎ
지금 내가 호주에 오래살았다곤 할수없지만, 그래도 내 경험에 빗대 보자면, 인종차별이 아주 흔하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정말 흔하게 일어났다면, 한국 뉴스에도 매번 보도되고, 그정도가 된다면, 외교적인 대응이 있었을것이다. 하지만, 아주 가끔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지만, 분명히 존재하긴 하는것 같다. 잊을만 하면 들려오는정도의 빈도다.
예를 들면, 내 친구중 브리즈번에서 유명한 호텔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캐나다에서 살다와서 영어도 아주 잘하고, 외국인들이랑 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는 친구였다. 그런데 그 친구가 시티에서 밤에 걸어가는데, 십대 애들이 심하게 시비를 걸었다고 했다. 어깨를 치고, 괜히 욕을 하고, 한대 쳐보라는 식으로 대놓고 시비를 걸었던 것이다. 이 친구는 선하게 생긴 인상인데 캐나다에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리고, 사실 회사 내에서도 인종차별이 종종 일어나는거 같다며, 캐나다로 돌아가고 싶어했다. 그리고 결국 돌아갔다. 이게 인종 차별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친구는 아름다운 호주를 좋아하지 '못'했다.
그리고 최근에 한국에서 또 호주 코로나 인종차별 기사가 올라온걸 봤다. 침을 뱉는 사람들에 둘러쌓이고, 혹은 구타를 당했던 모습이였던것 같다. 정말 놀랐다. 아주 심각하게 또라이한테 걸린거 같았다. 그런 또라이는 겉보기에도 티가 날것 같고, 인생에서 만나지 않았으면 하는 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물론, 사고를 누가 예상하고 다니겠나 싶지만, 정말 안타까웠다.
또, 종종 호주에 사는 한국여자들의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었다. 10년만에, 20년만에 인종차별 당해봤다고.
코로나때문에 처음으로 당해봤다는 글이였다. 마스크를 쓴 본인을 보자마자, 옷으로 입, 코를 가리면서 저리 가라고 했다는등, 아프면 집에 있지 왜 밖에서 돌아다니냐고 했다는둥. 그냥 들어도 어이없는 행동들이였다.
확실히 예전에 비해 이 코로나로 인해서 인종차별 확률이 올라간건 사실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어떻게 신고할수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누군가 본인 남편이 인종차별 당했는데, 다행히도 거기에 cctv가 있어서 증거 삼아 경찰에 신고했고, 인권위원회에 리포트하고 해서 벌금 300불에, 자필 반성문 받았다고 했다.
난 거기서 더 놀랐다.
인종 차별에 호주가, 벌금이 300불밖에 안된다고?
말도 안되는 일이였다. 여기서 난 이런 생각밖에 안들었다. 어디나, 법이 약하면, 악인이 날뛰는구나.
호주는 벌금이 굉장히 쎄다. 예로, 오후 7시부터 공짜인 길거리 주차에 6시 30분쯤에 하면, 재수없으면 벌금 내는게 그게 거의 90불쯤 된다. 30분 전에만해도 그런거다. 그리고 지금 코로나 시기에, 집에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서 파티를 하면, 개인당 1100불 정도를 벌금으로 낸다.
그런데, 인종차별을 했는데 겨우 3백불이라는건, 그냥 봐준다는 이야기나 다름이 없는거다.
(아, 추가하자면, 호주는 과속 3번 걸리면 면허가 아예 취소다. ㅎ)
나도 언젠가 한번은 인종차별 겪을수 있겠지만, 호주는 영어차별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건 어느정도 이해는 되는 부분이긴하다.
내가 만약 무언가를 사러갔는데, 점원이 내 말을 못알아들으면 얼마나 답답할까.
아니면,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데 소통이 안된다면.
그치만, 호주는 굉장히 다양한 민족이 사는 나라다.
중국인들도 상당하고, 인도인도 많고, 남미인들도 굉장히 많이 온다.
실로 다양한 억양이 존재하고, 다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것이다.
이런 호주에, 인종차별이라고 선을 딱 긋는다면, 난 이런 법이 악인을 만들어낸것 같다.
호주는 인권을 상당히 존중하는 나라인데 아쉽지 않을수 없다.
심지어, 그 캐나다에서 왔던 한국 친구는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누나, 호주는 여자, 개, 다음이 남자래. 근데 그중에서도 아시안 남자가 젤 아래래."
이렇게 말하면서 웃는 얼굴이 왠지 슬퍼보였었다.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였겠지만, 아직도 지금같은 시대에 인종차별이 존재한다는게 참 안타깝고,
이 나라의 법도 아쉬웠다.
한국이 성범죄 형량이 낮아서 성범죄로 매달 난리가 나는것처럼, 호주도 인종차별 법이 형편없어서다.
강력한 법만이 답인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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