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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talk

3.31. 호주 코로나 현황/ 텅빈 거리, 가게, 도로 etc.

by 큐리짱 2020. 3. 31.

차안에서 찍은 바깥 모습. 평소엔 차로 가득한 도로다.

우리 동네는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사들고 돌아다니거나 여유로운(?) 아주머니들이 브런치 먹으러 오는, 얼마전까진 중국 관광객들이 들르는 곳이였다. 아 그리고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보면, 브리즈번의 유명하고 역사가 오래된 클럽(!) 들이 모여있는곳이기도 하다.

우린 그나마 조용한 쪽에 있어서 클럽의 영향을 덜 받는 편이긴 하지만, 우리 아파트 건물 반대면은 매주 금, 토요일마다 음악소리에 힘들다 들은적이 있다.

어느날은, 한 그룹의 여자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노래를 부르며 지나가는 금요일밤이였다. 난 집에서 티비보고 있었데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다같이 '후레이'를 외치고 있었다. 후레이, 후레이, 후레이.

생일날엔 저 후레이를 크게 외치는게 호주 사람들 특징이다. 그리고 생일은 될수록 크게한다. 장소도 크게, 소리도 크게 ㅎㅎ

그리고 또 재밌는 점은, 호주 사람들은 금요일 놀러나갈땐 아주 화려하게 입는다. 여자들의 경우를 보면, 약간 키도 크고 몸이 한국 여자들 보다 큰 편인데도 불구하고 하이힐을 높이 신는다. 그리고 정말 시상식 저리가라 화장하고 드레스 입고 돌아다닌다. 우리 동네는 밤엔 아주 화려하고, 주말 낮엔 브런치 먹으러 오는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어오는 그런곳이였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 이후로 지금은 적막, 가끔 차가 지가나는 소리, 새소리가 들리는곳으로 변했다.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은지 1주일이 넘은것 같다. 음악소리는 물론이고. 모든 사람들이 휴가가서 동네가 텅 빈 모습이다.

사람들의 모습은 가끔가다 한 두명 지나가는게 전부다. 지금은 2명까지 모임가능이고 그 이상은 또 안된다고 정부에서 이야기해서 (이게 참, 기준이 애매하다.) 2명 이상은 모인 사람도 안보인다. 어제까진 3명이 '사회적 거리유지' 때문에 뚝 떨어져서 걸어다닌걸 한번 봤다. 희한한 모습이였다. 그 외에는 도로를 지나가는 차소리와 그마저 없을때 들리는 새소리다.

모든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가끔 연 가게도 있지만 손님이 아예없다.

지금 식당은 포장만 가능하다. 식당안에서 식사는 금지다. 그마저도 안되는 식당들은 불을 껐다.

아이들 놀이터 이용도 금지.

무조건 집에 있으라고 한다. 'STAY HOME'

 

하루가 멀다하고, 호주 총리의 발표가 있고, 사람들은 내용이 뭔지 주시하며 듣는다.

'2명이상 모이지마, 집에만 있어, 정부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대략적으로 이야기해줄께'

이런류의 이야기들이다.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길거리가 텅텅비고, 어디도 편하게 갈수없고, 누구도 만날수 없는 상황.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수니의 할머님은 꼭 그때 같다고 하셨다.

나치가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런던으로 올때 집이나 지하철에 숨어있어야했다고 하셨다.

역사속의 한 페이지 같았는데 내 근처에도 직접 겪어낸 분이 있다는것도 놀라웠다.

그때 수니의 할머님은 아주 어려서 자세히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지금 80대에 이런일 또 겪다니 하면서

웃어 보이셨다. 오히려, 남편이랑 하루종일 집에 있는게 바이러스로 죽는거보다 힘든것 같다고도 하셨다.ㅎㅎㅎㅎ

굉장히 유쾌하신 분. ㅎㅎ

 

그러던 어느날 친한 친구한테 카톡이 왔다. 내 친한 친구와 친구의 남자친구는 하루아침에 실직상태가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그 남자친구는 지역에서 아주 유명한 레스토랑에서 쉐프였다. 이름대면 누구든 알만한 곳이였고, 학생비자인 상태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 모아서 지내는 성실한 친구였다. 물론, 내 친구도 주중에는 유치원에서 일하고, 주말에는 카페에서도 일하는 친구였고. 그 두 친구가 모두 실직상태가 되었다.

친구의 남자친구는 곧 졸업비자가 들어가며, 이제 회사에서 스폰을 받아 기술이민 절차에 들어가는거였는데,

지금 가게가 문을 닫아 버림으로 이런 과정에 들어갈 수가 없게된것이다.

둘 다 3개월에 한번쯤 연장가능한걸로 알고 있는 관광비자를 신청했다. 믿을 수 없었다.

 

그리고 호주 한국 여자들의 커뮤니티에 종종 이런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달 렌트(월세)를 어떻게 내야할지 모르겠어요, 쉐어생이 모두 나갔어요.', 또는 '테넌트(세입자)가 월세를 못내겠데요. 어떻하죠?' 사람들이 실직하면서, 그에 맞게 월세에 대한 문제들이 나오기 시작한것이다.

특히, 호주에는 따로 저금을 많이 하지않고 그 2주 동안에 벌어서 2주세(호주에서는 사실 월세보다 주단위로 세를 낸다. 2주에 한번) 를 내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그런 분들에겐 이번 상황이 아주 심각할수밖에 없을것이다.

그래서 호주 정부에서 나온 지원책으로, 풀타임 파트타임 모두 2주에 $1500불씩 정부에서 지원해주겠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코로나로 직업을 잃은 사람, 직업을 찾고 있는 사람, 등등 나름의 기준은 있다. 물론 파트너의 수입이 얼마 이상이면 지원이 안되는걸로 알고있다.

이런식의 지원이 나오고 있는데, 앞에서 내가 말한 친구의 경우는 이런 지원책에서도 사각지대에 위치한 경우이다.

외국인으로 서러울때가 이런때가 아닌가 뼈져리게 느껴졌다.

 

나의 하루하루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것 같다. 매일 매일 드는생각은, '이 상황이 얼마나 더 갈까' 이다.

하루의 처음은 뉴스를 보는걸로 시작한다.

'새로운 치료제 이야기는 없나, 진단 키트는 얼마나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중인가, 사람들의 감염자수는 어느정도인가'

이렇게 알아보는게 하루의 일과가 되었다.

 

한국은 사람들의 일상 생활이 활발해진것 같았다. 봄 꽃이 피고, 날씨도 따뜻해지고.

호주 사람들에게 그런 한국 사람들의 일상을 이야기해주면 놀라한다. 정말 그렇냐고. 또 한국은 정말 잘해내고 있는것 같다고.

물론 방심하면 안되겟지만, 지금의 호주 사람들에게 한국의 모습은 '먼저 겪어낸 나라'의 모습이다.

많은 확진자를 공격적으로 방어해낸 나라다.

난 사실 살짝 불안하다. 호주가 준비가 된 나라인지 모르겠다. 과연 많은 환자 폭발적으로 증가하면 이를 감당해낼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을까.

그렇지만, 지금의 상태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건 희망을 갖는것 뿐이다. 한국의 모습은 이 사람들에겐 분명 희망의 모습일꺼다. 우리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수 있으이라는 희망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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